‘질 낮은 일자리’ 비판 무색…고용 한파에 다시 꺼낸 공공형 노인일자리

반기웅 기자
한 시민이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서 안내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한 시민이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서 안내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공공형 노인 일자리 예산이 정부안보다 922억원 늘어난다. 이에 따라 당초 내년에 6만1000개 줄어들 뻔 했던 노인 일자리 수는 올해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공공형 노인일자리 축소 방침을 고수해왔는데, 경기 침체 국면에 내년 고용 시장마저 둔화 전망이 나오자 입장을 바꿔 노인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국회가 처리한 2023년도 예산안을 보면 내년도 노인 일자리 예산은 총 1조5400억원으로 정부안보다 922억원 증액됐다. 당초 정부안대로라면 공공형 노인 일자리는 올해 60만8000개에서 54만7000개로 줄어들 예정이었지만, 예산이 늘면서 다시 60만8000개 수준을 유지했다.

윤석열 정부는 그간 공공형 노인일자리를 질 낮은 일자리로 규정하고 ‘구조조정 1순위’로 꼽았다. 재정을 투입해 질 낮은 일자리를 유지하는 방식은 지속하기 어렵고 고용 통계를 왜곡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새정부 출범 직후에 공공 일자리에 대한 축소 의지가 두드러졌다. 지난 5월 통계청이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86만명 늘어나 4월 기준으로 22년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4월 고용동향)는 통계를 발표하자 기획재정부는 “직접 일자리와 고령자 비중이 너무 높다. 재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비판적 평가를 내렸다. 고용 지표가 개선된 부분보다 일자리 질에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지난 6월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양질의 노후소득 창출을 위해 노인일자리를 사회서비스형·시장형 중심으로 확대하겠다”고 했고 결국 정부는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2023년 예산안’에서 민간사회서비스형(시장형)일자리는 3만8000개 늘리고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6만1000개 줄였다.

고령자들의 생계형 일자리가 축소돼 고령층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는 “노인빈곤율 개선 효과가 적은 단순 노무형 공공일자리를 줄인 것”이라며 “저숙련 공공형 일자리를 줄여 일자리 체질을 개선해야한다”고 맞섰다.

그러나 노인일자리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는 올 4분기 들어 내년 상반기 경기 둔화 전망이 본격화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월 현안 분석자료에서 내년 국내 취업자는 올해(79만1000명)의 10.6% 수준을 급감한 8만4000명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현장에서 연로하신 분들이 단순 일자리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국회 (예산안)심사 과정에서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인 표’가 걸려 여야 이견이 없던 공공형 노인일자리 예산은 순조롭게 증액 절차를 밟았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이번에는 경제 전망, 고령층의 항의, 여론 비판을 이유로 방침을 철회했지만, 10% 축소 방침을 세웠던 만큼 고용 전망이 회복되면 언제든지 다시 공공형 노인일자리를 줄이려고 할 것”이라며 “공공형 노인 일자리를 지역 참여사업으로 재설계해서 전보다 단단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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